상자 속 우주 : 우주론의 새로운 시대를 열다
원제: The Universe in a Box : A New Cosmic History
지은이: Andrew Pontzen
옮긴이: 박병철
지은이는 영국인이다. 유명 대학교를 나왔다. 이학박사이며, 시뮬레이션 분야 전문가이다.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tangos 와 pynbody 를 개발하였고 유지보수하고 있다. 잘 아시다시피 물리학계에서는 이런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공유하는 일이 허다하다.
원제에 나온 Box 는 아마도 컴퓨터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사실 저자의 관심분야인 천체물리학에서의 시뮬레이션은 그 규모가 보통의 데스크탑이나 랩탑의 컴퓨터로 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아마도 슈퍼컴퓨터를 사용할텐데, 그러면 적어도 십수개의 박스로 구성되어 있을 테니 겸양의 표현이라고 해야 할려나 모르겠다.
옮긴이는 1960년생의 은퇴한 물리학자인데, 겸임교수를 하고 있다고 하니 은퇴했다고 하기는 어렵고, 어쨌든 대중과학서를 주로 번역하고, 과학 관련된 저술을 하면서 소일하고 계시다고 한다. 한국 최고수준의 대학과 대학원을 나오신 물리학 박사라서 재능을 잘 활용하고 계시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아 마땅하신 분이다.
옮긴이가 잘 아시는 분야라서 그런지 번역은 나무랄데 없다. 가끔씩 역자 주 형식으로 들어있는 아는척 한마디도 쉽고 적절한 시점에 들어가서 책을 읽어나가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천체물리학 시뮬레이션이 기상학 시뮬레이션과 상당히 닮아있다는 내용이 처음에 나온다. 잘 생각해보면 크게 의외인 사실은 아니다. 우주를 이루는, 특히 은하를 이루는 각 요소가 운동하는 것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니 날씨나 기상현상을 시뮬레이션하는 것과 큰 흐름에서 아주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세부는 차이가 많이 나겠으나.
저자는 날씨의 시뮬레이션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해서 점점 어려운 개념을 그리 어렵지 않게, 사례를 끝도 없이 늘어놓으며, 독자로 하여금 빠져나올 수 없도록 끌고들어간다. 결국 시뮬레이션의 가치가 어떤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내어 놓으며 전체를 마친다.
이런 내용을 번역이 워낙 훌륭해서 큰 어려움 없이 읽어내게 된다. 마치 저자가 한국인인 듯한 착각에 젖어 완독하도록 한다.
수식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표현은 아주 쉽고, 읽어나가며 생각을 조금씩 더하면 거의 대부분의 문맥이 이해된다. 그러나 과학책은 과학책이다. 독서 중에 잠깐씩 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학창시절 과학이나 수학과 담을 쌓으신 분들에게도 추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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